내 첫 글의 독자는 엄마였다
에세이01
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예쁜 구절이 떠오르면 공책 한 면에 끄적이곤 하였다.
그런 서툰 문장들이 모여 어느새 한 페이지의 글이 되곤 하면, 누군가에게 수줍게 선물하곤 하였는데
그렇게 만들어진 내 첫 글의 선물 대상은 엄마였다.
"엄마, 내가 쓴 글이야. 어때 잘 썼지?" 하며 수줍게 내민 글에
엄마는 "진짜 이걸 네가 썼다고?
어디서 가져온 글이 아니라?" 하며
놀란 반응과 함께 냉장고 한쪽에 자석으로 그 글을 걸어놓곤 했다.
그 글이, 내가 누군가에게 선물한 첫 글이자 칭찬받은 첫 순간이다.
아직도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. 글을 끄적일 때의 몰입감, 완성된 글을 볼 때의 뿌듯함, 누군가에게 보여줄 때 여실히 밀려오는 부끄러움, 그리고 그 끝에 달려온 반응에 옅은 미소와 함께 딸려오는 행복감.
그런 글쓰는 시간이 현실에 치여
'그저 글 쓰는 걸 좋아하는 거지,
그것으로 밥 먹고 살 정도로 뛰어난 건 아니야'라는 생각에,
평범한 나의 글을 어디 내놓기가 부끄러워 일기장에만 끄적이곤 했다.
그러던 어느 날 문득, 인생에 있어 좋아하는 걸 숨기고 살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.
나도 쓰고 싶고, 내가 누군가의 글에서 힘을 얻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나의 글도 어쩌면 살아갈 힘을 줄 수도 있겠다는 작은 희망으로 이 블로그의 한 카테고리를 열었다.
이 블로그의 이 공간은 내 어릴 적 접어뒀던 꿈을 끄적이는 공간, 내가 글로 인해 얻었던 위로를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, 서툴고 평범한 글이지만 끄적이고 싶은 마음, 끝으로 무엇보다 평범한 글을 쓰더라도 쓰는 과정에서 행복하면 됐다는 그런 마음.
이 마음들이 한데 모여 개설된 공간이다.
앞으로 어떤 글을 적을진 모르겠지만 투박하고 평범하지만, 서툴고 뭉툭하지만 나만의 글을 적어보고자 한다.